# 세상에 딸깍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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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규 매니저(Kyle) - GS E&R 발전소 전기 기술자 출신, 현재 52g Studio에서 AI 워크플로우 기획 및 코칭 담당. 사내 해커톤(크루서블)의 공식 도구 '플레이메이커'를 직접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AI로 뭐든 만들 수 있다" 

이 말, 이제 좀 지겹지 않나요? 문제는 그다음이에요. '그래서 나는 뭘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수십 번의 세미나와 뉴스레터를 지나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선명해지지 않습니다. 오늘은 이 문제를 나름대로 풀어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뤄 보려해요. 발전소에서 전기 설비를 다루던 사람이, 현장의 불편을 참지 못해 노코드 앱을 만들었고, 3년 뒤에는 AI 워크플로우를 설계하고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는 사람이 됐습니다. 코딩을 배운 적 없고, 개발자 한 명 붙여주지 않았는데 말이죠.

이 과정에서 최정규 매니저의 핵심은 도구가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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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_"세상에 딸깍이라는 건 없어요. 결국 내가 다 겪어봐야 내 실력이 되는 거거든요."_ - 최정규 매니저

이건 그 '겪어봄'의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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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1. 종이 명부 앞에 선 500명, 매일 아침 2시간

GS동해전력은 국가 보안 시설이에요. 1년에 한 번, 발전소를 완전히 멈추고 대규모 정비를 하는 기간이 있습니다. 이때 외부 근로자 약 500명이 매일 아침 출입해요. 무려 한 달 반 동안 진행하죠.

문제는 그 500명이 들어오는 방식이었어요. 종이 명부를 업체별로 나눠 만들고, 신분증을 하나하나 대조하고, 얼굴 확인하고, 체크하고. 아침 7시부터 시작해서 약 2시간 동안 긴 줄이 이어졌습니다. 전산화하자는 건의는 이전에도 있었어요. 하지만 발전소의 메인 업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번번이 밀렸습니다. 예산 문제도 있었죠. 결국 알아서 해결하라는 말과 함께 이 문제를 떠안은 사람은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신입, 최정규 매니저였어요. 전기 기술 전공에 개발이나 기획 경험은 전무했고, PM이라는 타이틀을 받았지만 개발자도 디자이너도 배정받지 못했습니다.

> _"소규모 프로젝트인 줄 알고 '너 해봐' 하면서 개발자랑 디자이너를 배정해주지 않았어요. 전기쟁이 하다가 온 사람이 갑자기 뭔가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죠."_ - 최정규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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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현장 구성원들의 시선도 녹록지 않았어요. 웬 신입사원이 와서 이러냐는 분위기였고, 의심과 저항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예산 없음, 인력 없음, 신뢰 없음. 이 세 가지가 최정규 매니저의 출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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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2. 쿠팡 QR 스캐너를 사비로 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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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바이브 코딩이라는 말도 없던 시절이었어요. 커서(Cursor) 같은 AI 코딩 도구도 아직이었고요. 최정규 매니저에게 있는 건 ChatGPT와 인터넷 검색, 그리고 '돈을 안 들이고 동작하는 결과물을 빨리 보여줘야 한다'는 절박함뿐이었습니다.

당시 존재하던 노코드 툴을 밤낮으로 다 써봤어요. 버블(Bubble), 구글 앱시트(AppSheet), 글라이드(Glide)*. 결론적으로 글라이드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처음 다루기에 제일 직관적이었고, 데이터베이스가 내장되어 있어 테이블 간 관계 설정도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 _글라이드(Glide): 스프레드시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바일 앱을 만들 수 있는 노코드 플랫폼._

글라이드만으로 구현이 안 되는 부분은 구글 앱스크립트(Apps Script)를 붙였어요. 코드는 ChatGPT에 짜달라고 해서 계속 복사-붙여넣기 했습니다. API가 뭔지도 몰랐지만 "일단 해보자"의 연속이었죠.

그리고 쿠팡에서 QR 코드 스캐너를 하나 사비로 구매합니다. 태블릿에 연결하고, QR을 찍으면 데이터가 구글 시트에 올라가고, 그게 글라이드 화면에 표시되도록 연결하는 걸 시도했어요.

여기서 주목할 게 있어요. 최정규 매니저는 '만들었다'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QR 코드를 다른 사람이 도용하면 어떡하지?' 라는 의문이 들었고, QR이 결국 문자열 변환이라는 걸 이해한 뒤 뒤에 타임스탬프를 붙이면 도용 방지가 되겠다는 아이디어까지 직접 도달해요. '동적 QR 코드'라는 용어는 나중에야 알게 됐지만, 원리는 이미 스스로 찾은 셈이었습니다.

퇴근 후 지하철 40분 동안 이걸 어떻게 개선할지 생각하고, 샤워하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새벽까지 만들었어요. 누가 시킨 게 아니었습니다. '내 서비스'라는 감각이 그를 움직이게 한 겁니다.

> _"제가 직접 만드니까 할 수 있었던 거죠. 개발자에게 '이거 해 주세요' 했으면 그렇게까지 못했을 거예요."_ - 최정규 매니저

그리고 첫 성공의 순간, 최정규 매니저는 동영상을 찍어 팀원들에게 공유했습니다. 그때부터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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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3. 강의 대신 다른 길을 찾다

출입 시스템은 사람의 신분 정보를 다루는 서비스예요. 글라이드는 외부 클라우드 서비스였기 때문에 개인정보 처리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기능적으로도 점점 벽에 부딪혔죠. 만들어지는 게 다가 아니라, 뭔가 더 이해도가 있어야겠다고 깨닫고서 공부를 시작합니다.

처음엔 온라인 강의를 들었어요. 그런데 그 강의는 '코드를 짜는 법'을 알려줄 뿐, 최정규 매니저에게 필요한 '어떻게 서비스를 설계할 것인가'는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듣다가 접었습니다.

대신 최정규 매니저가 선택한 방법은 52g 내부의 보안 전문가와 개발자들을 쫓아다니며 물어보는 것이었어요. API 요청 방식에 폴링(polling)과 웹소켓(WebSocket)*이 있다는 것도, 프론트엔드와 백엔드가 분리된다는 것도 이렇게 현장에서 배웠습니다. 지식을 쌓는 게 아니라 경험을 쌓는 방식이었어요.

> 폴링(polling)/웹소켓(WebSocket): 서버에서 데이터를 받아오는 두 가지 방식. 폴링은 일정 간격으로 요청을 보내는 것, 웹소켓은 연결을 유지하며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것. 카일은 이 개념을 강의가 아닌 개발자와의 대화에서 배웠다.

 **하루에 하나씩 만들기 '오늘의 미소'**

이 과정에서 새로운 전환점이 찾아와요. 사내 AI 플랫폼 MISO*의 워크플로우 빌더를 접한 겁니다.

> _MISO: GS그룹 내부에서 개발한 AI 자동화 플랫폼. 코딩 없이 AI 기반 워크플로우를 블록 단위로 만들고 실행할 수 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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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직을 블록처럼 배치하고 흐름을 설계하는 경험은 글라이드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어요. 바둑을 오래 뒀던 최정규 매니저에게, 다음 블록이 만들어낼 결과를 연산하는 감각이 맞아 들어갔습니다. 노션에 '오늘의 미소'라는 페이지를 만들어 매일 하나씩 프로토타입을 기록했어요. 영수증을 찍으면 AI가 자동으로 출장비 시트에 정리해주는 도구, 리더의 캘린더를 조회해 미팅 시간을 잡아주는 에이전트, 바이브 코딩을 위한 기획서를 자동 생성해주는 서비스 '플레이메이커'까지.

플레이메이커는 사내 해커톤의 공식 도구로 채택됐어요. 이 성과가 계기가 되어 최정규 매니저는 52g Studio에 합류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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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4. 새벽 6시, 대시보드에 한 명씩 카운트가 올라갈 때

숫자부터 확인해볼게요. 출입 시스템 도입 전, 500명의 외부 근로자가 발전소에 들어오는 데 약 2시간이 걸렸어요. QR 코드 기반 시스템 도입 후, 이 시간은 20-30분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약 75% 이상의 시간 절감이에요. 한 달 반 정비 기간 전체로 환산하면 매일 아침 사라지던 약 1시간 30분이 67일치만큼 돌아온 겁니다.

그런데 최정규 매니저에게 더 큰 변화는 숫자 바깥에 있었어요. 출입 시스템이 현장에 적용되던 날, 새벽 6시에 출근해서 직접 세팅을 했습니다. QR을 찍고 들어오는 근로자들, 대시보드에 한 명씩 올라가는 카운트. 경비 아저씨들이 "최정규 너무 고마워, 커피 한 잔 하고 가"라고 했을 때, 상사의 인정보다 그 말이 더 크게 와닿았다고 합니다.

> _"시중에도 많은 서비스고 대단한 건 아닌데, '뭔가를 바꿀 수 있구나'라는 포인트를 느꼈어요. 거기서부터 프로덕트에 대한 열정이 생긴 것 같아요."_ - 최정규 매니저

현재 최정규 매니저는 MISO에서의 2년 가까운 사용 경험 덕에  AI한테 시키는 것보다 직접 만드는 게 빠른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발전소 도면 분석이나 사용자 로그 정리 같은 업무에도 AI 에이전트를 활용하고 있고요. 지금은 발전소 SLM* 개발 프로젝트의 PM도 맡고 있습니다. AI 리서처에게는 도메인 지식이 필요하고, 현장 전문가에게는 AI가 낯설어요. 양쪽의 언어를 다 이해하는 브릿지 역할을 할 사람이 세상에 몇 안 된다는 걸, 직접 해보고 나서야 알게 됐다고 합니다.

> _SLM(Small Language Model): 대규모 언어 모델(LLM)보다 크기가 작지만 특정 분야에 특화된 언어 모델. 발전소처럼 전문 도메인에서는 범용 LLM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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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5. 물고기를 잡아주지 않는 코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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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규 매니저는 지금 여러 기업의 AI 교육도 맡고 있어요. 방식이 독특합니다. 회사마다 강의 자료를 새로 만들어요. 일동제약 교육에서는 아로나민 골드의 실제 분석 데이터를 가져와서 강의를 설계했습니다. 범용 예시가 아니라, 수강생이 매일 다루는 그 데이터로요. '개념을 쭉 나열 후, 뒤에 실습 한 번' 구조가 아니라, 실습과 개념을 교차하는 구조로 바꿨더니 반응이 달라졌습니다.

코칭할 때 절대 하지 않는 것도 있어요. 대신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유사한 예시를 만들어 드리되, 그 프로젝트에 직접 관여하지 않습니다. "이거 보고 조금만 응용해 보세요." 그렇게 하면 결국 해내더라고요. 최근 크루 멤버에게서 "저 드디어 성공했어요, 너무 행복해요"라는 슬랙 메시지가 왔습니다. 별도로 기프티콘을 보내주시는 분도 생겼어요.

> _"누군가를 쉽게 알려주려면 저는 몇 배 더 개념적으로 이해해야 하잖아요. 그동안 쌓아왔던 경험들이 보상받는 느낌이에요. 사소한 것들이 원동력이죠."_ - 최정규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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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현장에서는 어떻게 시작할까요? 아무 문제 없다고 하지만 막상 가보면 같은 데이터를 서너 번씩 수기로 옮겨 적고 있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아요. 문제를 발굴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최정규 매니저는 프로젝트 초기에 꼭 이 질문부터 던진다고 합니다.

'업무 중에 어떤 상황에서 ChatGPT를 쓰나요?' 그 지점이 비효율적인 포인트일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업무 플로우를 한 번 시각화해보는 게 출발점이라고 말해요.

> _"본인들의 업무를 큰 그림으로 본 적이 없을 거예요. 한 번 그려보면 '맞네, 우리 저기서 놓치고 있었네' 하는 게 나와요. 그게 시작인 것 같습니다."_ - 최정규 매니저

도메인 지식을 가진 현장 전문가들에게 최정규 매니저가 전하고 싶은 말도 같은 맥락이에요. 본인의 전문성이 AI에 대체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주목받는 시대가 올 거라는 것.

최정규 매니저는 발전소 전기 기술자였어요. 매일 아침 500명이 2시간 줄 서는 걸 보다 못해 노코드 앱을 만들었습니다. 개발자도 예산도 없이, 사비로 QR 스캐너를 사서요. 노코드에서 시작해 앱스크립트를 붙이고, 강의를 듣다 접고, 개발자를 쫓아다니며 물어보고, MISO 워크플로우를 매일 하나씩 만들었습니다. 3년간 지름길은 없었어요.

AI를 써야 하는데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라면, 최정규 매니저의 제안은 아주 구체적입니다. 

내일 출근해서 업무 흐름을 종이 한 장에 그려보세요. 그리고 그중 ChatGPT에 한 번이라도 물어본 적 있는 단계에 동그라미를 치세요. 거기가 시작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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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s Note

인터뷰를 하면서 자꾸 머릿속에 떠오른 장면이 있었어요. 새벽 6시, 발전소 입구에 태블릿 세팅해놓고 대시보드에 카운트가 올라가는 걸 지켜보는 최정규 매니저. 경비 아저씨가 '커피 한 잔 하고 가'라고 했을 때의 최정규 매니저.

화려한 장면은 아니에요. 근데 이게 현장이 바뀌는 진짜 모습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 뉴스레터에서 "AI가 세상을 바꾼다"고 쓸 때, 실제로 바뀌는 건 이런 새벽 6시의 테이블 하나예요.

최정규 매니저가 한 말 중에 가장 오래 남는 건 이거였어요. "딸깍이라는 건 세상에 없다." 요즘처럼 AI가 그럴싸한 결과를 금방 내놓는 시대에, 이 말이 오히려 더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_- _[Hanna](https://www.linkedin.com/in/%25ED%2595%259C%25EB%2582%2598-%25EC%259C%25A0-565706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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