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장을 고칠 수 없어서, 다른 걸 고쳤다

## GS스포츠 - 3만명을 안내하는 '서울의 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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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일 팀장(52g 닉네임: 헨리) · 이재현 프로(52g 닉네임: 엘) / GS스포츠 CX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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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현장을 바꾼다"는 말은 많이 들었을 거예요. 근데 진짜로 그 현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 있나요?

3만 명이 몰리는 경기장. 자리를 찾다가 부부가 싸우고, 애는 보채고, 아빠는 앞으로 가고. 한 번도 제대로 자리를 찾아간 적이 없다는 말이 설문에서 계속 나왔어요. 처음 방문한 팬의 50% 이상이 "경기장 안내가 부족했다"고 했죠.

고객의 목소리 하나로 GS스포츠 CX팀은 AI 길안내 챗봇을 만들었고, 경기장에 없던 테이블석을 만들었고, 직접 음식을 배달했습니다. 2022년부터 4년간 이 일을 해온 두 사람 — 김용일 팀장과 이재현 프로의 이야기예요.

## Chapter 1. 전광판을 통해 진짜 고객의 목소리를 듣다

이재현 프로가 GS스포츠에 입사한 건 코로나가 터지던 해였어요. 경기장은 텅 비었고, 팬을 직접 만날 방법도 없었죠. 그때 팀 안에서 '데이터'란 건 주로 과거 기록이었어요. "작년에 어떻게 했어, 재작년엔 어땠어." 레퍼런스가 없으면 새로운 시도를 못 하는 구조였어요. 사실상 데이터가 아니라 **전례가 기준**이었던 거죠.

사실 코로나 이후 팀 안에선 CRM 도입 얘기가 나왔는데, '툴만 있으면 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만 있었어요. 고객이 누군지에 대한 그림이 없었던 거죠. 52g* 활동을 시작하면서 해답이 나왔어요. "고객이 누군지 먼저 알아보자." 이재현 프로는 그 경험을 이렇게 기억해요.

> **52g**: GS그룹의 오픈 이노베이션 조직. 각 계열사에서 선발된 직원들이 모여 현업의 문제를 데이터와 AI로 풀어본다. 김용일 팀장은 GS스포츠 유닛 리더, 이재현 프로는 크루로 활동 중이다.

> _"52g 안에 있으면 고객 중심으로 일해야 한다는 말이 계속 들리거든요. 처음엔 이해가 잘 안 갔는데 — 회사 돌아와서 보니까 우리가 하는 게 다 공급자 중심이더라고요." _⎯ 이재현 프로

FC서울의 핵심 고객은 가족 단위 관람객과 20대예요. 그중에서도 20대 여성은 팀이 가장 모르는 고객층이었어요. 팀 안에서 팬에 대해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정작 팬과 가장 멀리 있는 사람들이었던 거죠. 김용일 팀장이 솔직하게 털어놨어요.

> _"30~40대 아저씨들이 앉아서 20대 여성이 뭘 좋아할지 논의한다? 밤새 얘기해도 안 나와요." _⎯ 김용일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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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그런 상황이 있었어요. 팀이 20대 여성을 위한 부스를 열었는데, 인생네컷 찍어주는 서비스를 넣었어요. 솔직히 팀 안에서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사진 한 번 찍어준다고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할까?' 그런데 20대 여성들은 줄까지 서며 좋아했어요. 그 자리에서 파악한 것들이 나중에는 아예 본격적인 사업으로 이어졌어요. 

그리고 2022년 하반기, 팀은 고객의 진짜 목소리를 듣기로 했어요. 처음에는 QR코드가 들어간 포스터였어요. 한여름 경기 날, 대여섯 명이 경기장 곳곳에 포스터를 빼곡히 붙였어요. 코로나 이후 QR코드에 익숙해진 관중들이라 찍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그런데 전광판에 QR이 뜨자 숫자가 달라졌어요. 포스터와 전광판에 각각 다른 QR코드를 달아서 응답 수를 비교해봤더니, 전광판이 압도적이었어요. 설문 창구가 생기자 기다렸다는 듯 장문으로 의견을 써주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렇게 쌓이기 시작한 데이터는 이전의 '전례 기반 데이터'와 달랐어요. 작년에 어떻게 했는지가 아니라, **지금 팬이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가 담긴 것이었죠.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누적 응답 건수는 48,296건. 2026년 현재는 경기 한 번에 1,283건이 들어오고 있어요. 4년간 이 데이터가 이 팀이 하는 모든 일의 출발점이 됐어요.

## Chapter 2. 1만 5천 명이 길을 잃는 경기장

설문과 인터뷰를 반복하면서 한 가지 패턴이 계속 나왔어요. 처음 온 고객의 50% 이상이 경기장 안내 부족을 불편사항으로 꼽은 거예요.

숫자만 봐서는 실감이 안 될 수 있어요. 김용일 팀장이 이렇게 설명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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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_"인터뷰에서 가장 처음 나온 얘기가, 자리 찾다가 부부가 싸운다는 거예요. 애는 보채지, 아빠는 앞으로 가지, 엄마는 짐 들고 가지. 한 번도 자리를 제대로 찾아가 본 적이 없다는 말이 너무 많이 나왔어요." _⎯ 김용일 팀장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경기 2시간 전부터 3만 명이 몰리는 공간에서, 서울 도심 명동 크리스마스 거리처럼 사람에 떠밀려 다니는 상황이 돼요. 경기장 안내판은 분명히 있어요. 하지만 그게 '공급자 관점'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실제 팬들의 눈에는 잘 안 들어와요. 동측, 서측, 남측, 북측 — 이름이 있어도 처음 온 사람은 지금 내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 거죠.

> _"공급자 관점으로 만들어 놨으니까 고객 눈에는 안 보인 거예요." _⎯ 이재현 프로

마침 그 무렵 AI가 현장에서 이야기되기 시작했어요. "시대가 AI인데, 그 길을 못 찾아간다는 게 말이 되나." 두 사람은 52g의 합동 근무 기간에 열린 미니 해커톤*에 이 문제를 들고 나갔어요. GS EPS, GS엔텍 소속 크루 포함 총 6명이 팀을 이뤘어요. 목표는 하나, 처음 방문한 팬이 길을 잃지 않게 하는 것.

> 미니 해커톤: 52g 크루들이 합동 근무 기간 중 짧은 시간 안에 아이디어를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보는 활동. 다양한 계열사 직원들이 팀을 이뤄 함께 문제를 푼다.

그렇게 **서울의 봇**이 시작됐어요.

## Chapter 3. 먼저 지하철역에서 출발했다

처음엔 AI가 자연어로 길을 알려주는 챗봇을 상상했어요. 그런데 실제 유저 테스트를 해봤더니 달랐어요.

이재현 프로는 경기장에 와본 적 없는 20대 여성을 사전에 섭외해 지하철역에서 만났어요. 직접 만든 프로토타입을 들고 경기장까지 함께 걸어가며 옆에서 지켜봤죠.

테스트에서 확인된 건 단순했어요. 경기장 구조가 복잡한 게 아니라, **'지금 내가 어느 입구에 있는지'**를 모르는 게 문제였어요. 동쪽 입구로 들어왔는지 서쪽 입구로 들어왔는지부터 헷갈리고, 위로 올라가면 층마다 다 비슷하게 생겨서 방향을 잃어요. AI가 "오른쪽으로 가세요"라고 말해줘도, 기준이 되는 내 위치를 모르면 소용이 없는 거죠.

의외의 행동도 포착됐어요. 경기장 앞에서는 자신 있어 보이던 사람도 막상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멈칫했어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카카오맵을 켰어요. 이 서비스가 없으면 원래 하던 대로 한다는 것, 그게 가장 직접적인 페인포인트 확인이었어요.

> _"정확하게 어디로 가야하는지 디렉션을 주면 좋겠다는 피드백이 나왔어요." _⎯ 김용일 팀장

그래서 서울의 봇은 AI 대화형 챗봇 대신 이미지 슬라이드 방식으로 방향을 바꿨어요. 경기장 외부에서 좌석까지, 텍스트 안내 대신 실제 눈앞에 펼쳐지는 시점의 이미지로 길을 보여주는 방식이에요. 첫 번째 버전이 나온 뒤에도 개선은 계속됐어요. 3년째 업그레이드 중이에요.

초기엔 좌석 찾기, 푸드트럭 추천, 관람 안내 채팅 등 다기능으로 출발했는데 — 실제 설문 결과 사용자의 73%가 좌석찾기 기능만 쓰는 것으로 나왔어요. 그래서 핵심 기능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정리됐어요. 홈 경기 당일 이용률은 17% — FC서울 홈페이지 방문자 수 기준으로, GA로 트래킹하며 해당 페이지 체류 20초 이상을 실질 이용으로 집계하는 방식이에요.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보였어요. 온라인(모바일)에만 서비스를 넣으면 오프라인에서 안내가 필요한 사람을 놓친다는 것. 그래서 현수막 종합안내도를 만들었어요. 어느 지점에 어떻게 놓으면 사람들 눈에 잘 띌지, 3년간 쌓인 경험으로 직접 설계했어요. 피그마도 혼자 배워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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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_"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또 다른 문제가 보인 거예요." _⎯ 이재현 프로

이게 이 팀의 작업 방식이에요. 서울의 봇 하나가 경기장 전체 안내 시스템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든 거죠.

## Chapter 4. 텅 빈 구역에 테이블을 직접 날랐다

티켓 데이터를 들여다보다 발견한 게 또 있었어요. 테이블석이 항상 가장 먼저 팔린다는 것. 더 비싼 좌석인데도 제일 빨리 나갔어요. 수요는 확실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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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경기장 동측 A구역은 항상 비어 있었어요. 2024년 점유율이 **6%**였어요. 경기장 시설물을 직접 건드릴 수 없는 상황에서 — 이 경기장은 FC서울의 소유가 아니라 경기 당일 대관하는 구조예요 — 이재현 프로는 포터블 테이블을 직접 설계했어요. 의자에 끼울 수 있는 탈부착형. 프로토타입 비용은 테이블 하나당 5만 원이었어요. 고객 인터뷰로 피드백 받고, 퀄리티를 올리고, 다시 테스트했어요. 최종 단가는 1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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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점유율 **25%**. 올해 개막전에는 만석이었어요.

화려한 숫자 뒤에는 보이지 않는 일이 있었어요. 경기 전날 테이블을 다 날라서 설치하고, 번호표 붙이고, 다른 행사가 있으면 다시 치우고. 설문 데이터에는 '음식 먹기 불편하다', '푸드트럭 동선이 너무 멀다'는 항목도 있었어요. 그래서 테이블석에 딜리버리 서비스를 붙였어요. 처음엔 두 사람이 직접 배달을 했어요.

> _"우선 저희가 해봐야 알바생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먼저 알 수 있으니까요." _⎯ 이재현 프로

그런데 배달의민족, 쿠팡이츠에 익숙한 팬들이 기대하는 UI에 최대한 맞추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주문이 들어오면 실시간 상태를 알려주는 시스템, '주문이 됐습니다 → 수락됐습니다 → 배달 중입니다' 하는 알람 체계까지 따라하기엔 단기간에 구현하기 어려웠어요.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고객이 최대한 불편하지 않을 수 있도록"을 잡는 데 집중했어요.

지금은 테이블석 이용 고객의 **70%**가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요.

## Chapter 5. 3년간 쌓인 불편함, 그 다음이 어렵다

이쯤 되면 궁금해져요. 이 팀이 다음에 할 일은 뭘까요?

2022년부터 4년간 설문과 인터뷰를 반복하면서 쌓인 건 대부분 '불편한 것들'이었어요. 화장실, 동선, 시설. 구조적으로 개선이 어려운 것들이 계속 올라왔어요. 데이터를 전달받는 현업 팀도 점점 피로를 느꼈어요. '화장실이 더럽다'는 의견은 3년째 들어오는데, 경기장 시설을 직접 고칠 수 없는 구조에서 같은 말을 계속 전달하는 건 양쪽 모두에게 소모적인 일이었어요.

이재현 프로는 그 지점에서 방향을 틀었어요.

> _"쌓아야 하는 데이터의 관점 자체가 바뀌어야겠더라고요. 전에는 뭐가 불편한지를 쌓았다면, 이제는 뭘 좋아하는지를 쌓아야 하는데, 그게 훨씬 더 어려운 과제예요." —_ 이재현 프로

올해는 설문 문항 자체를 바꾸고 있어요. 뭐가 불편했냐는 질문 대신, 어떤 순간이 좋았는지를 묻는 방향으로. MISO* 기반 피드백 분석 대시보드도 그 방향 위에서 다시 설계 중이에요.

> **MISO**: GS그룹의 AI 빌딩 플랫폼. 코딩 없이 AI 기반 워크플로우를 블록 단위로 만들고 실행할 수 있다. 이재현 프로는 비개발자지만 MISO 교육을 받으며 팬 피드백 분석 자동화를 시도 중이다.

비개발자인 이재현 프로에게 MISO가 어떻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어요.

> _"MISO 없이 똑같은 걸 개발해 보라 하면 엄두를 못 낼 것 같아요. 개발자들이 만들었지만 개발자 언어를 조금이라도 빼려고 노력하는 앱이라서 — 내가 해보고 싶은 걸 직접 붙여볼 수 있는 거죠." —_ 이재현 프로

## Chapter 6. 아무것도 안 하면 바뀌는 게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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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시즌 FC서울은 K리그 역대 최초로 단일 시즌 홈 관중 50만 명을 돌파했어요. 두 사람 모두 "우리 덕분이라는 생각은 전혀 안 했다"고 했어요. 제시 린가드가 있었고, 코로나 이후 분위기가 있었고, 다른 구성원들이 열심히 했다고 손사래를 쳤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팀이 만든 것들은 지금도 현장에 남아 있어요. 지하철 출구 앞 QR, 탈부착 테이블, 좌석 딜리버리, 현수막, 안내 포스터. 눈에 잘 띄지 않는 것들이에요.

> _"안내물이 좋아서 경기장에 또 왔다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래도 이걸 누군가는 해야 해요. 팬분들이 좋아하시는데, 안 할 수가 없죠." —_  김용일 팀장

어쩌면 이게 이 일의 본질인 것 같아요. 성과가 보이지 않는 일을 오래 할 수 있는 이유 — **고객의 진짜 목소리**가 담긴 데이터가 있으면 팬이 무엇을 원하는지 보여요. 보이면 안 할 수가 없어요.

이재현 프로는 서울의 봇을 이렇게 정의했어요.

> _"고객 중심으로 바라보게 됐던 첫 프로젝트였어요. 고객의 입장에서 온전히 생각하게 된 트리거였달까요." —_ 이재현 프로

### 🖊️ **Editor's Note**

이 두 분이 만드는 것들은 뉴스에 나오지 않아요. 팬이 "안내문이 좋아서 또 왔어요"라고 말하지도 않죠. 경기 전날 테이블을 직접 나르고, 지하철역에서 유저 테스트를 하고, 스스로 배달을 해보는 사람들. 그 결과가 점유율 6%에서 25%고, 배달 이용률 70%예요.

경기장 시설은 고칠 수 없어요. 하루 대관이라 공사도 안 되고, 만약 화장실이 더럽다는 얘기를 3년째 들어도 바꿀 방법이 없어요. 그래서 테이블을 직접 만들고, 배달을 직접 돌리고, 안내 현수막을 직접 설계했어요. 고칠 수 없는 것 앞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은 거죠.

> _"안내물이 좋아서 경기장에 또 왔다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래도 이걸 누군가는 해야 해요. 팬분들이 좋아하시는데, 안 할 수가 없죠." —_ 김용일 팀장

한계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방식. 그게 오히려 더 오래 가는 일을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_—_  [Hanna](https://www.linkedin.com/in/%25ED%2595%259C%25EB%2582%2598-%25EC%259C%25A0-565706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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