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건 압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막상 "AI로 뭘 할 거야?"라고 물으면, 왜 맨날 비슷한 과제만 나오는 걸까요?
GS리테일도 이 질문 앞에 한번 서봤습니다. 2025년, 전사 7천 명을 대상으로 AI 리터러시 교육을 진행하고, 그중 선발된 인원을 대상으로 실제 과제를 AI로 만들어보는 'BizAI 과정'까지 운영했습니다. 11개월짜리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나온 과제들이 너무 비슷했습니다. 다양하고 깊은 과제가 아니라, 당장 머릿속에 맴도는 것들이었습니다.
그 이유를 세 사람이 함께 짚어냈습니다. 기술의 문제도, 사람의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질문이 잘못됐다는 것.
GS리테일 52g크루는 이 질문에 대해 파고 들어보았습니다. 조직문화서비스팀 출신의 김정화 매니저(Kevin), DX전략팀 출신의 박지훈 매니저(Ready), 편의점 현장 영업관리(OFC*) 출신의 안효진 매니저(Mario).
*OFC(Operation Field Counselor): 편의점 점포를 주기적으로 방문하며 점주(경영주)를 지원하고 관리하는 영업관리 직군.
Chapter 1. 진짜 문제를 말하기까지
그들이 BizAI를 통해 100개가 넘는 과제를 발굴했을 때, 크게 성공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해졌어요. 그 100개 중 지금까지 살아 있는 과제는 몇 개일까요?
"살아남은 건 한 20개 남짓이에요. 내실이 부족해서 실제로 거기서 나온 프로덕트들이 현실화되는 비율이 많이 적었던 거 같아요." - 박지훈 매니저
과제의 양이 아니라 질의 문제였습니다. 그 이유는 이 질문에 있었습니다. "나에게 부사수가 있다면 어떻게 일을 시킬까."
이 질문 아래에서 나온 과제는 두 가지 패턴으로 쏠렸습니다. 하나는 너무 작았고, 하나는 너무 컸습니다.
작은 쪽은 참여자들이 바로 어제 겪은 고통이었습니다. "경영주와의 소통을 AI가 대신해줬으면 좋겠다.", "발주 협의 문자를 매일 보내줬으면 좋겠다." 대부분이 같은 유형의 문제를 말했습니다. 언뜻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런 과제는 개인마다 업무 스타일이 너무 달라 하나의 프로덕트로 만들어 내기가 애매했습니다.
큰 쪽은 반대였습니다. 시스템 전체를 설계해야 하는 수준의 문제들이었죠.
"처음에는 AI로만은 풀 수 없는 사이즈의 과제를 이야기했어요. 예를 들면 당X마켓을 만들고 싶다, 마X컬리를 만들고 싶다. 이런 수준으로요." - 박지훈 매니저
특히 편의점 영업관리 직군(OFC) 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에서 이 패턴이 두드러졌습니다. OFC는 점포마다 상황이 다르고 노하우도 개인마다 제각각입니다. 아직 직접 겪어보지 않았지만 옆 동료가 힘들어하는 걸 봤던 문제, 너무 오래전에 겪어서 기억이 안 좋게 남은 문제들이 먼저 떠오릅니다.
"본인의 어려움을 공감해서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OFC 직무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이런 거는 좀 문제인 것 같아'하는 것들이 계속 발제가 됐어요." - 안효진 매니저
당장 어제 고통받았던 문제를 말하거나 조직 전체의 거대한 문제를 말하는 극단적인 패턴이 반복됐습니다. 과제 300개를 받아도 마찬가지였기에 다양하고 깊은 과제를 끌어내는 방법이 따로 있어야 했습니다.
Chapter 2. 실리콘밸리에서 가져온 힌트
2025년 10월, 52g는 원정대를 꾸렸습니다. GS리테일의 박지훈 매니저, 안효진 매니저를 포함해 GS 계열사 다양한 직군에서 온 9명이 9일간 실리콘밸리로 향했습니다. Stanford d.school에서 Kursat Ozenc 교수의 AI Teammate 워크숍을 들었습니다.
이 워크숍의 핵심은 하나였습니다. AI를 도구가 아니라 신입사원으로 채용하고 가르쳐라. 역할을 부여하고(채용), 업무 맥락과 팀 문화를 알려주고(온보딩), 결과물에 구체적으로 피드백하는(교정) 3단계였습니다. 처음엔 막막했습니다.
"처음엔 진짜 어려웠거든요. 우리가 무슨 내용을 적어야 되는 거지? 심지어 주제를 OFC로 잡고 들어갔는데도 저희 둘 다 어려워했어요." - 안효진 매니저
어느 순간 무언가가 딱 맞아 떨어졌습니다. AI에게 업무 구조만 던지는 게 아니라, 팀의 문화와 관습, 팀장의 스타일까지 함께 알려줬을 때 결과물이 달라진다는 것이 포인트였습니다.
"그때 아차하며 생각이 들었던 게, 우리는 그동안 AI를 그냥 진짜 도구로만 생각을 해 왔었는데. 사실 자료로 정리되지 않은 팀의 문화나 사소한 꿀팁들 있잖아요? 예를 들면 '우리 팀장님은 글을 길게 쓰는 걸 싫어해' 같은 것들이요. 그런 포인트들까지 같이 녹여서 들어가는 게 AI Teammate 였던거죠." - 안효진 매니저
서울로 돌아와 둘이 먼저 한 생각은 이걸 그대로 가져올 수는 없다는 거였습니다. AI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너무 큰 문제를 가져오거나, 반대로 어제 겪은 고통만 꺼내놓는 그 패턴을 깨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습니다.
"갔다 와서 이거 너무 좋은 개념이고 빨리 전파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될지 잘 모르겠다. 막막하다. 이런 심정에서 일단 김정화 매니저한테 SOS를 쳤어요." - 안효진 매니저
그 막막함이 오히려 새로운 설계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Chapter 3. 바꾼 건 두 가지였습니다 — '나를 공감하기'와 '팀장되기'
디자인씽킹 교육 경험이 풍부한 김정화 매니저가 합류하면서 진단이 나왔습니다.
기존 워크숍이 반복 실패한 이유는 'OFC가 AI를 몰라서'가 아니었습니다.
디자인씽킹*의 가장 중요한 첫 단계인 '공감하기'가 빠진 채로 과제 발굴부터 들어갔던 겁니다. AI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너무 큰 문제를 끌어왔고, 바로 어제의 고통만 꺼내놓게 만들었습니다.
*디자인씽킹(Design Thinking): 사용자의 감정과 경험을 먼저 이해한 뒤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찾는 방법론. 공감 → 문제 정의 → 아이디어 발굴 → 프로토타입 → 테스트의 5단계로 구성된다.
'나에게 부사수가 있다면 맡기고 싶은 반복적인 일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이 문제였어요. 사람들이 자기 AI를 어떻게 부려먹을까로만 생각하게 만들고 있었던 거예요." - 김정화 매니저
디자인씽킹에서 '공감하기'는 보통 고객이나 사용자를 이해하는 단계입니다. 그럼 나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 고객은 누구일까요? 바로 나 자신이죠. 내가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하고 싶었지만 못한 건 뭔지 알아가야 진짜 문제를 찾을 수 있는데, 정작 이 중요한 공감의 주체를 잊고 있었던 겁니다.
김정화 매니저는 '나에게 공감하는' 단계를 워크숍에 추가했습니다. 지난 한 달을 상기해서 나를 제3인칭 관점에서 돌아보는 시간. 내 직무에 부여된 롤이 무엇인지, 그 롤을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그리고 하지 못했던 일들은 어떤 게 있는지. 방향을 밖이 아니라 안으로 돌린 거죠.
이 한 단계가 바뀌니 나오는 결과물이 달라졌습니다. '귀찮은 일'이 아니라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일'이 함께 나왔습니다. 'Why'와 'Who(나)'가 빠진 솔루션은 결국 현장에서 버려집니다. AI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많은 장애물을 만나기 때문에, 스스로 가슴 뛰는 과제를 찾아야만 워크숍이 끝난 후에도 끝까지 AI를 파고들 수 있습니다.
여기에 하나를 더 했습니다. '캐릭터'였습니다. 먼저 참여자들을 팀장으로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AI의 역할을 8개 캐릭터로 눈앞에 펼쳐놓고, "이 팀의 업무분장을 짜보세요"라고 했습니다. 참여자는 이제 AI를 쓸지 말지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 구성된 팀을 운영해야 하는 팀장이 됩니다.
왜 하필 8개였을까요? 참여자들이 속한 영업팀이 보통 매니저 8명과 팀장 1명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AI가 잘하는 역할 10개를 먼저 뽑고, 영업 현장에서 공감하기 어렵거나 쓰기 어려운 영역은 지우거나 합치는 과정을 통해 8개로 확정했습니다. AI 팀에게 업무분장을 짜주는 경험이 현실감 있게 다가오면서도, AI의 강점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었죠.
기존에는 'AI가 이런 일을 잘한다'를 먼저 설명한 뒤 "그럼 너는 뭘 시킬래?"를 물었습니다. 이번엔 달랐습니다. 8명의 캐릭터가 이미 눈앞에 있고, 이들에게 업무를 나눠줘야 합니다. 어떤 팀원에게 어떤 일을 어떻게 묶어서 줄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최종으로 정해진 8명의 캐릭터는 이렇게 구성됩니다.
🦉 요약왕 '써머리' — 길고 복잡한 보고서, 다량의 VOC를 읽고 '중요 포인트'로 간추려요.
✍️ 글빨왕 '카피' — 상황에 맞는 어조로 글을 쓰거나, 매력적인 마케팅 문구로 바꿔요.
📸 눈썰미왕 '비전' — 사진이나 영상 속 상품, 시설 등을 식별하거나 기준 위반 여부를 찾아요.
🔮 돗자리왕 '캐스트' — 과거 매출, 날씨, 행사, 요일 등 복잡한 변수를 조합해 미래를 예측해요.
🔍 수사왕 '팩트' — 방대한 데이터의 숨겨진 규칙을 찾고, '이상 징후'를 잡아내요.
💡 아이디어왕 '뱅크' —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조합이나, 많은 아이디어들을 뽑아내요.
✅ 똑똑비서 '체크' — 문서의 누락된 항목을 찾거나, 규칙에 어긋나는 부분을 잡아내요.
💬 소통왕 '톡톡' — 사람의 질문 의도를 파악해 지식 기반으로 친절하게 알려줘요.
이 8가지의 캐릭터의 자체가 곧 업무 설명서입니다. 텍스트로 AI 기능 목록을 읽을 때와 전혀 다른 뇌가 작동하게 되죠.
우리가 마주하는 일들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끝낼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1명의 AI가 아니라 8명의 AI 팀에게 업무를 준다는 개념은, 어떤 복잡한 문제도 팀워크로 해결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줍니다. 즉, 초보자도 자연스럽게 'workflow'의 개념을 적용할 수 있게 되는 거죠.
AI를 단수 개념으로 바라보면, 자연스럽게 '귀찮은 일 하나 시키는' 발상으로 가게 됩니다. 그런데 8명짜리 팀이 생기면 사고가 달라집니다. 어떤 팀원한테 어떤 일을 어떻게 묶어서 줄지를 스스로 고민하게 됩니다.
그리고 워크시트 안내 문구를 추가했습니다.
"일을 주지 않아도 월급은 나가요. 놀고 있는 팀원이 없도록 최대한 업무를 배분해 주세요."
영업 조직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건 손해입니다. 이 문구는 그 심리를 정확히 건드리는 넛지였습니다.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각 캐릭터를 스스로 탐구하고, 억지로라도 본인의 업무와 연결해보는 시도 안에서 창의적인 확장이 일어나기 때문이죠. 참가자들은 이제 AI를 쓸지 말지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 구성된 팀을 운영해야 하는 팀장으로 거듭납니다.
'부사수'는 수직적 관계를 연상시켜 중요한 일을 맡기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반면 '업무분장'은 수평적 팀 운영의 언어입니다. 업무가 더 선명해지죠. 같은 AI인데, 어떤 언어로 소개하느냐가 끌어내는 과제의 수준을 바꿨습니다.
이렇게 설계는 완성됐습니다. 이제 현장에 가져갔습니다.
Chapter 4. 성공 경험이 바꿔준 개발에 대한 인식
첫 번째 대상은 올해 초 AI로 같이 문제를 풀고 싶다며 먼저 연락 온 경기 남부의 영업관리 조직이었습니다.
타깃은 가장 젊은 막내들과, 가장 나이가 많은 팀장. 2인 1팀으로 구성했습니다. AI를 빠르게 이해하는 막내가 먼저 배워서, 주변 팀장에게 전파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였습니다. 팀장들은 처음에 힘들어했습니다. IT도 잘 모를 뿐더러, 막내들이랑 같이 해야 한다는 압박도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나를 공감하기' 단계에서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초반에 본인의 업무에 공감한 후, 지난 달 업무 회고를 쓰게 했습니다. 저마다의 업무를 되돌아보며 몰입하니 어떤 게 진짜 문제인지 발굴할 수 있었습니다.
"본인의 문제로 몰입을 해서 들어가니 집중력이 확 올라갔죠." - 안효진 매니저
실습에서 한 번 더 달라졌습니다. 연예인 밈*을 따라 하는 AI 봇을 직접 만들어보는 실습이었습니다. 장원영의 '럭키비키'와 같은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AI가 그 말투를 학습해서 의도한 방향성 대로 대답합니다. 스스로 만든 콘텐츠에서 결과물이 나오는 경험, 집중도가 확 올라가는 순간이었습니다.
*밈(meme): 인터넷에서 특정 인물의 말투, 표정, 행동이 유행처럼 퍼진 콘텐츠. 여기서는 연예인의 유행어와 말투를 가리킨다.
박지훈 매니저가 그 순간마다 하는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이제부터 개발자입니다." 개발이라고 하면 검은 화면에 흰 글씨로 영어 코드를 치는 것이라고 생각하던 사람들에게, 방금 자신이 한 게 개발이라는 말을 들려주는 겁니다. 처음 해보는 사람들에게 성공 경험을 주는 게 먼저였습니다. 그 경험과 말 한 마디가 인식을 바꿉니다.
이 워크숍 이후엔 투표 수가 많고 실제로 AI로 풀 수 있는 6개의 과제를 추렸습니다. 그중 두 가지를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
전결 판단 봇: OFC들이 상황에 맞는 전결 라인을 판단하기 어려워 아는 사람한테 전화하거나 카카오톡으로 이리저리 물어보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각자 15개 점포를 맡는 OFC에게 이 작은 확인 하나하나가 쌓이면 적지 않은 시간이 됩니다. 워크숍에서 이 문제가 발굴됐고, 전결 기준 문서와 사내 매뉴얼을 AI에 넣어 챗봇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누군가에게 전화할 필요가 없습니다.
•
재계약 노하우 봇: 신입 OFC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경영주와의 재계약 협상입니다. 선임 리더급들이 각자의 노하우를 모아줬습니다. 경영주와 이런 식으로 소통을 해야 되고, 이런 언급은 피해야 되고. 수 년 간 쌓인 현장 경험이지만 따로 정리된 문서는 없었습니다. 그 데이터를 AI에 담았습니다. 어떤 문제를 발굴했는지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 경험 없는 후배들이 예방 주사처럼 쓸 수 있는 도구를 만들었습니다.
"팀장님들이 갖고 있는 재계약 노하우들을 하나하나 모아주셨어요. 경영주와 이런 식으로 소통을 해야 되고, 이런 언급은 피해야 되고 이런 것들이죠." - 안효진 매니저
수 년 간 현장에서 쌓인 경험이지만 어디에도 문서화된 적 없던 노하우를 AI 안에 담은 거죠. 신입 OFC는 이제 혼자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15년 선배의 노하우가 AI 안에 들어 있으니까요. 그 선배가 전달해준 건 기술이 아니라 경험이었습니다. 팀장의 노하우가 데이터가 되고, 후배들이 그걸 이어서 쓸 수 있는 구조. 세 사람은 이걸 AI Teammate의 핵심 구현으로 봤습니다.
Chapter 5. 워크숍이 끝난 후에 남은 씨앗들
워크숍이 끝나고 참가자 중 4~5명에게 직접 연락이 왔습니다.
"진짜 AI 본격적으로 하고 싶은데 무슨 자격증을 따면 되나요? 어떠한 커리큘럼으로 교육을 하면 되나요?"
한 번 만들어봤던 그 경험이 이들을 바꿨습니다.
"저는 이걸 도파민으로 표현하는데, 한 번 만들어봤던 그 경험이 너무 좋은 거예요. 계속 만들어보고 싶은, 그런 도파민들이 터지는 순간이 오거든요. 그때가 AI 활용력이 엄청 많이 늘어날 때예요." - 안효진 매니저
박지훈 매니저는 이 변화를 '두 축'으로 나눕니다. 한 축은 개인의 성장입니다. 도파민을 얻은 개인이 계속 AI를 파고드는 것이죠. 다른 한 축은 그 개인이 발굴한 문제가 전체 사업부의 솔루션이 되는 것. 어느 하나 떼어낼 수 없는 관계입니다. 이 두 축이 맞물리려면 리더도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개인이 성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성장이 조직의 언어로 번역될 수 있어야 합니다.
"AI는 계속 중요하고. 그래서 뭘 할지 모르겠으나 해야 하는 게 지금 모든 기업의 현황이잖아요. 그 관점에서 'AI로 뭘 할 수 있어?'가 보고 싶은 게 이제 리더들의 니즈고요. 그러니 이 친구들을 가르쳤을 때 어떤 결과물이 나오는지 설득해야하는 상황인 거죠." - 박지훈 매니저
한 시간 넘는 이야기가 끝날 무렵, AI Teammate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안효진 매니저는 내 업무를 구조화해볼 좋은 기회라고 했고, 박지훈 매니저는 나만을 위한 직원이 8명이나 생겼다고 했습니다. 김정화 매니저는 한참 머뭇거리다 천천히 입을 떼었습니다.
"방 탈출이요. 좁았던 내 업무 방식의 굴레에서 벗어나서, AI라는 툴을 통해 더 큰 세상으로 나가는." - 김정화 매니저
더 큰 세상으로 나간다는 것. 과제의 깊이가 달라진다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방의 문을 여는 건 기술이 아니라 질문인거죠.
질문 하나가 결과를 바꿀 수 있습니다. '부사수에게 맡길 귀찮은 일'이라는 질문이, 'AI 팀의 업무분장을 짜는 팀장'의 질문으로 바뀌었을 뿐인데, 나오는 과제의 깊이가 달라졌습니다.
도구보다 앞서는 것은 질문입니다. 그 질문을 바꾸기 위해 세 사람은 디자인씽킹을 현장의 언어로 다시 조립했습니다. AI Teammate는 그 경험을 옮기는 그릇이었습니다.
🖊️ Editor's Note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꾸 돌아오는 지점이 있었어요. 질문 하나가 만들어내는 다른 결과.
"부사수에게 맡길 귀찮은 일은 뭔가요?"를 물을 때와, "AI 팀의 업무분장을 짜보세요"라고 할 때. 같은 사람이, 같은 AI를 앞에 두고도 전혀 다른 깊이의 답을 내놓습니다. 질문이 사고의 범위를 결정하고 있었던 거예요.
김정화 매니저가 '방 탈출'이라고 표현한 게 오래 남았어요. 좁은 방에서 탈출하는 것. AI를 귀찮은 일 처리기로만 쓰는 방에서 나오는 것. 그 방의 문을 여는 게 기술이 아니라 질문이라는 것. 이 워크숍으로 얻은 큰 깨달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