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1시간 일찍 출근하던 팀, AI로 10분 만에 끝내기까지

GS파워 에너지정책팀 뉴스 클리핑 자동화 — 비개발자 둘이 만든 '에정뉴스'

AI가 일하는 방식을 바꾼다는 이야기, 이제 좀 지겹지 않으세요?
컨퍼런스에서는 매번 '미래가 바뀐다'고 하는데, 정작 내 책상 위 엑셀 파일은 어제와 똑같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다른 이야기를 가져왔어요. 뉴스레터에서 흔히 보는 'AI로 세상이 달라진다' 류가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현장 하나의 기록입니다.
GS파워 에너지정책팀에서는 매일 아침 누군가가 1시간 일찍 출근해서 뉴스를 골랐습니다. 2년 넘게 반복된 이 루틴을, 비개발자들이 AI를 활용해 10분 작업으로 바꿨어요. 핵심은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담당자만 아는 감각'을 어떻게 데이터로 번역하느냐 — 그 2개월의 과정이었어요.
김원범 선임 - GS파워 선임. HR 출신. 52g 크루* 합동근무 기간 중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52g 활동 시 '워렌'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고, 졸업 후 다시 HR로 돌아갔다.
김민엽 사원 - GS파워 사원. 에너지정책팀에서 약 2년간 뉴스 클리핑을 직접 담당했다. 현재 타일러라는 닉네임으로 52g 크루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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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g: GS그룹의 AI 활용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 각 계열사에서 선발된 직원들이 모여 현업의 문제를 AI로 풀어본다.

Chapter 1. 매일 아침 7시 반, 불 켜진 모니터 하나

GS파워 에너지정책팀에는 매일 아침 반복되는 루틴이 있었습니다. 당번이 된 팀원 한 명이 7시 반에서 8시 사이에 출근해서, 포털과 언론사를 훑고, 회사와 관련 있는 기사를 골라, 요약해서 8시 반 전에 메일로 보내야 했어요.
하루에 고르는 기사가 10개. 그 10개를 찾아내 정리하는 데 약 1시간이 걸렸습니다. 담당자 3명이 돌아가며 맡았는데, 당번 날엔 고정으로 일찍 나와야 했어요.
"팀장님도 이 루틴이 부담스러우셨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안 할 수도 없는 일이니까요." - 김민엽 사원
여기서 한 가지 더 까다로운 문제가 있었습니다. 기사 선별에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는 거예요. 에너지 요금 이슈가 뜨거울 때는 그쪽 기사를 더 챙기고, 정책 변화가 있을 땐 그걸 먼저 올리는 식. 담당자 본인에게 기준을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이랬습니다.
"저는 느낌적으로... 이런 기사들을 선택해요." - 김민엽 사원
2년 가까이 이 일을 하면서 몸에 배어버린 직관. 경영진이라면 지금 시점에 뭘 중요하게 볼까, 를 감으로 판단하는 거였어요.
"의도한 건 아닌데, 제 손을 거치면 자연스럽게 제 업무인 지역난방 쪽 기사가 많아지더라구요." - 김민엽 사원
문제는 이 '감'이 사람마다 달랐던 겁니다. 김민엽 사원이 당번인 날엔 자연스럽게 지역난방 쪽 기사가 많아지고, 다른 담당자 날엔 전력 쪽이 많아지는 식이었어요.
매일 1시간 일찍 출근. 설명하기 어려운 선별 기준. 담당자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물. 이 세 가지 어려움이 겹쳐 있었어요. 이 세 가지 어려움이 겹쳐 있었어요. 그런데 이 문제를 처음 들여다보기 시작한 사람은, 에너지정책팀이 아닌 전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Chapter 2. "이거 해결 못할 게 없겠는데?"

이 문제를 파기 시작한 건 HR 출신이었던 김원범 선임입니다. 52g 합동근무 기간, 해결해볼 만한 문제를 찾다가 에너지정책팀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누가 봐도 비효율적인 것 같은데, 왠지 쉽게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무것도 모른 채 시작해버린 거죠." - 김원범 선임
김원범 선임은 개발자도, 데이터 분석가도 아닙니다. 인사팀에서 채용과 근태를 담당하던 사람이에요. 그런데 그게 오히려 강점이었습니다. '이거 얼마나 어렵겠어?' 라는 순수한 확신으로 시작할 수 있었으니까요.
함께 만든 동료는 이상윤 님(크루 내 닉네임 '윤'). 화학공학 전공으로, 역시 비개발자입니다. 두 사람은 AI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겠다는 구체적인 확신이 생겼고, 바로 자동화를 해보기로 했어요. 이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책상 반대편으로 계속 대화하면서 워크플로우를 고쳐나갔습니다. 그게 시작이었어요.
툴은 MISO*를 선택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어요. 코드를 직접 짤 필요 없이, 워크플로우를 블록 단위로 조립하고 프롬프트만 조정하면 되는 방식이었거든요. 중간에 뭔가 안 맞으면 어느 단계에서 문제가 생겼는지 바로 눈에 보인다는 것 — 비개발자에게는 그게 큰 장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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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O: GS그룹의 AI 빌딩 플랫폼. 코딩 없이 AI 기반 워크플로우를 블록 단위로 만들고 실행할 수 있다.
첫 번째 관문은 비교적 수월했어요. 기사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필터링하는 것까지는 금방 됐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어요. '어떤 기사가 중요한가'를 AI에게 가르치는 것. 담당자 본인도 정확히 설명 못하는 그 감각을, 기계한테 어떻게 전달하느냐는 거였습니다.
도구는 갖췄습니다. 그런데 '감'을 데이터로 옮기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어요.

Chapter 3. 10개 중 1개만 맞던 AI, 2개월의 피드백

김원범 선임과 에너지정책팀은 약 2개월을 이 문제에 썼습니다. 방법은 이랬어요. 김민엽 사원이 평소처럼 기사를 선별하는 동안, AI도 같은 기사 풀을 받아서 분류했습니다. 그 결과를 매일 비교하면서, AI의 프롬프트를 조금씩 수정해나갔어요.
처음엔 처참했습니다.
"AI가 고른 10개 중 1~2개만 맞았어요. 나머지는 엉뚱한 것들이었죠." - 김원범 선임
김민엽 사원에게 다시 물었어요.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골라온 건지. 이번엔 좀 더 구체적인 답이 나왔습니다.
"저는 제가 경영진이라고 생각하고 골라요. 2025년 상반기에 연료 요금이 이슈면, 그쪽 기사를 더 챙겨야 경영진이 이걸 보고 판단할 수 있겠다, 이런 느낌이요." - 김민엽 사원
이걸 듣고 김원범 선임이 한 일은, '경영진이 지금 시점에 중요하게 보는 키워드'를 가중치로 설정하는 것이었어요. 시기별로 중요도가 달라지는 기사의 맥락을 프롬프트에 반영한 겁니다. 무엇이 맞고 틀린지를 매일 피드백하면서요. 예를 들어 기후에너지부 관련 기사는 20%, 지역난방은 15% — 이런 식으로 토픽마다 가중치를 직접 조정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경영진이 지금 뭘 봐야 하는가"라는 감각을 숫자로 옮긴 거예요. 무엇이 맞고 틀린지를 매일 피드백하면서, 그 '기준'을 조금씩 다듬어갔습니다.
"뭔가 깔때기처럼 모이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AI를 같이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 김원범 선임
정말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52g 스튜디오의 개발자 김원희 매니저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딱 그 부분만. 나머지는 두 사람이 직접 해결했어요.
"혼자 했으면 못했을 것 같아요. 함께하면 아이디어가 공유 되는 게 확실히 달랐어요. 단순히 아이디어를 나누는 것을 넘어서 서로 다른 시각이 부딪혔고, 그러다보니 더 다양한 방향이 나올 수 있었죠." - 김원범 선임

'빠르게 만드느냐'가 아니라 '직접 고칠 수 있느냐'

여기서 잠깐 짚어볼 게 있어요. 요즘은 클로드 코드 같은 툴로 몇 분 만에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도 있잖아요. 실제로 김민엽 사원은 최근 개인적으로 클로드 코드를 써서 뉴스 클리핑 봇을 만들어봤습니다. 텔레그램과 연동해서 프로토타입 완성까지 5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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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코드(Claude Code): Anthropic이 만든 AI 코딩 도구. 자연어로 지시하면 코드를 자동 생성해준다.
"그렇게 결과는 잘 나왔는데 안에서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모르겠더라고요." - 김민엽 사원
MISO가 다른 지점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워크플로우를 블록 단위로 쌓아올리기 때문에, 뭔가 잘못되면 어느 단계에서 틀어졌는지 바로 보여요. 비개발자가 직접 손을 댈 수 있다는 것.
"클로드 코드는 처음에 '오 신기하다'가 나오는데, 오래 쓸수록 왜 이렇게 나왔는지를 몰라요. 살짝 수정하고 싶어도 비개발자는 딱 그 부분만 특정하기가 어렵고." -김원범 선임
결국 툴 선택의 기준은 '빠르게 만드느냐'가 아니라 '직접 고칠 수 있느냐' 였어요. 이 프로젝트에서 2개월의 반복 수정이 가능했던 건, 과정이 눈에 보이는 도구를 썼기 때문입니다.

Chapter 4. 1시간이 10분이 되었다 — 단, 완전 자동화는 아니다

완성된 서비스의 이름은 '에정뉴스(에너지정책뉴스)'입니다. 동작 방식을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담당자가 앱에 접속해서 '뉴스 가져오기'를 누릅니다. AI가 네이버 뉴스 등에서 에너지 관련 기사를 끌어와 적합도 점수를 매기고, 순서대로 정렬해 보여줘요. 담당자는 그중에서 보낼 것들을 고르고, 요약을 다듬어서 메일로 전송합니다.
핵심은 이 과정이 완전 자동화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마지막에 반드시 담당자가 들어가야 해요.
"AI는 기사를 필터링하고 요약하는 건 잘 하는데, '지금 이 시점에 경영진이 뭘 더 중요하게 여기는가'까지는 아직 완전히 못 따라와요. 그걸 억지로 넘기면, 받는 사람이 '왜 이게 왔지?'하게 되고, 결국 아무도 안 읽는 자동 스팸이 돼버려요." - 김원범 선임
항목
도입 전
도입 후
소요 시간
약 1시간 (7시 반 출근 필요)
약 10분
선별 방식
담당자가 직접 읽고 선별
AI 1차 필터링 → 담당자 최종 검토
조기 출근
당번제 (3명 교대)
불필요
편향 관리
담당자 관심사 중심 편향 가능
키워드 가중치 기반 객관적 분류

에정뉴스에서 미소뉴스로

에정뉴스를 만들고 나자, 다른 계열사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GS칼텍스는 여러 부서에서 각자 뉴스를 클리핑하고 있었고, 인천종합에너지는 개인 단위로 기사를 스크랩하고 싶다고 했어요. GS차지비는 전기차 관련 채널 모니터링, 파르나스호텔은 호텔 업계 기사 검색에 활용하고 싶다고 했죠.
필요는 많았지만, 각자의 니즈가 조금씩 달랐습니다. 그래서 52g 스튜디오에서 개발자가 붙어 이걸 범용화했어요. 누구나 자신의 키워드를 설정하고, 나만의 기준으로 AI가 뉴스를 골라주는 플랫폼. 이름은 미소뉴스입니다.
"뿌듯했죠. 반은 뿌듯했고, 반은 걱정이 됐어요." - 김원범 선임
김원범 선임은 솔직했습니다. 오랜 기간 공들여 만든 게 다른 곳으로 퍼져나가는 건 기쁘면서도 어딘가 아쉬운 감정이었다고요. 자식을 잘 키워서 세상에 내보내는 것처럼. 그래도 그게 52g가 변화를 이끌어가는 방식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문제를 해결하고, 그걸 필요한 곳에 전파하는 것.
지금 에정뉴스는 에너지정책팀(현재 대외협력팀)이 직접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원범 선임은 가끔 유지보수만 도와줄 뿐이에요.

Chapter 5. "불편한 게 보이면 만들게 되더라고요"

김원범 선임은 지금 다시 인사팀에 돌아와 있습니다. 채용, 근태, 리더십 진단 담당이에요.
돌아왔을 때, 달라진 게 있었습니다.
"일을 하다가 '이거 개선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돼요." -김원범 선임
말만 한 게 아니라 실제로 만들었습니다. 회사에서 매년 1,500~3,000만 원씩 외주를 주던 리더십 진단 시스템을 직접 구축했어요. 익명성 보장 때문에 외주를 줄 수밖에 없다고 여겼던 바로 그 시스템을요. 지금은 자체 제작 버전이 전사 실사용 중이고, 연간 3,000~4,000만 원의 외주 비용이 절감됐습니다.
"불편한게 보이면 개선안을 일단 만들어보게 되더라고요" - 김원범 선임
이게 52g 크루를 경험한 사람이 조직에 돌아가면 일어나는 일이에요. 더 높은 기술을 배워오는 게 아닙니다. 일을 보는 눈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죠.

52g에 오고 나서 달라진 것

52g 크루 합류에 대해 생각을 여쭤봤습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같은 곳을 향하고 있었지만 결이 달랐습니다.
"모든 GS 직원분들이 52g를 빨리 경험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만큼 시야가 트이는 게 빨라지거든요."" - 김원범 선임
"52g 선발 후 합류를 고민하는 분들, 대부분은 '뭘 하는지 몰라서' 망설이더라고요. 근데 저는 달랐어요. 뭘 하는지 몰랐던 게 아니라, '내가 뭘 하고 싶은지'를 몰랐던 거예요. 와서 3개월 해보니까, 그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 김민엽 사원
김원범 선임은 52g의 분위기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어요. 세미나를 하면 다들 앞자리부터 앉으려 하고, 뭐만 하면 질문이 쏟아지고, 어떻게 응용할지 항상 생각하는 사람들. 인센티브도, 승진도 아니라 옆 사람이 재밌어 보여서 따라가게 되는 그런 분위기였다고요.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면 — 그게 오히려 딱 맞는 타이밍이에요." - 김민엽 사원

이 이야기의 핵심은 이렇습니다.

에너지정책팀 담당자들은 매일 아침 1시간씩 일찍 나와 뉴스를 골랐습니다.
HR 출신 비개발자가 그 문제를 듣고, '이거 해결 못할 게 없겠는데?'라고 생각했어요. 2개월간 담당자의 감각을 데이터로 번역하는 작업을 거쳐, 지금 그 작업은 10분으로 줄었습니다.
중요한 건 개발 실력이 아니었습니다. '이게 왜 이렇게 오래 걸려야 하지?'라는 단순한 의문 하나. 그리고 그 의문을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환경이었어요.
지금 여러분의 팀에도 '매일 아침 1시간' 같은 루틴이 있지 않나요? 그 루틴이 정말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인지, 한 번 물어보는 것. 거기서부터 시작입니다.

Editor Note그 루틴이 정말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인지, 한 번 물어보는 것. 거기서부터 시작입니다.

인터뷰 당일, 집을 나서기 전 계속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어요. 두 사람 다 개발자가 아니라는 것. HR 출신, 물리학 전공. AI랑 거리가 멀 것 같은 사람들이 이걸 만들었다는 게요.그 루틴이 정말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인지, 한 번 물어보는 것. 거기서부터 시작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면서 든 생각은 하나였어요. "기술이 문제가 아니었구나." 2개월 동안 그들이 한 건 코딩이 아니라, 자기 감각을 데이터로 옮기는 일이었어요.그 루틴이 정말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인지, 한 번 물어보는 것. 거기서부터 시작입니다.
여러분 팀에도 '매일 아침 1시간' 같은 루틴이 있지 않나요? 그 루틴이 정말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인지, 한 번 물어보는 것. 거기서부터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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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na
52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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