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를 환영하는 대기업이 되기까지

## **GS그룹 52g**  **Ally(앨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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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물어봤습니다. "엄마는 대체 무슨 일 해?"

"해커톤을 하기도 하고, 소프트웨어를 만들기도 하고, 요즘은 AI를 한다고 하니 초등학생이 이해할 리 없죠." 앨리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 "그냥 요즘은 '회사의 선생님이다'라고 해요.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짧지만, 이 한 문장이 52g를 가장 잘 설명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가르치는 과목은 단 하나예요. **현장의 문제를 말하는 법.**

2020년 삼삼오오 모인 15명을 시작으로, 지금은 GS그룹 25개 계열사에 전담 인원만 100여 명, 이 프로그램을 거쳐 간 구성원은 누적 1만 명이 됐습니다. 이걸 처음 시작한 사람이 Ally(앨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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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y(앨리)](https://www.linkedin.com/in/allyjinakim/)**** - 김진아 상무**

52g 리드. 2020년 GS그룹 오픈 이노베이션 조직 52g를 창설해 현재까지 운영 중. 현장 중심 문제 해결과 AI 도입을 설계해왔다. 닉네임 Ally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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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1. 현장 없는 결정, 그 공백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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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GS그룹 안에 묘한 공백이 있었습니다.

회의마다 수백억짜리 결정이 쌓였어요. 근데 그 결정들이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문제와 맞닿아 있는지 — 아무도 몰랐습니다.

말해봤자 뭐가 바뀌냐는 무력감 때문일까요? 문제는 쌓이는데, 아무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조직이 클수록 그게 더 심했어요.

앨리가 지주사에 온 건 그때였습니다. 변화를 리드하는 역할로 왔지만 혼자였어요. 그때 문득 떠오른 이름들이 있었습니다. "나도 이런 고민을 한다"며 먼저 찾아왔던 사람들. GS 계열사 여기저기 흩어진 이름을 적어봤더니 15명이 나왔습니다.

"이 15명을 시작점으로 해야겠다." 그 15명과 함께 전체 계열사에 공고를 붙였습니다. **"GS그룹의 변화를 같이 만들어갈 카탈리스트를 찾고 있다."** 90명이 모였습니다. 그게 52g의 시작이었습니다.

> "자발적으로 모이고 변화하는 거, 처음엔 아무도 안 믿었어요."

그 불신이 처음으로 흔들린 건 6주짜리 첫 프로그램이 끝났을 때였습니다. 모인 사람들이 스스로 문제를 쏟아냈고, 6개 팀이 실제 프로젝트를 완성했습니다. 비록 작고 소박했지만, 진짜였습니다.

물론 자발성만 믿는다고 조직이 굴러가진 않습니다. 그 자발성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구조가 필요했습니다. 그게 52g가 6년 동안 붙들고 씨름한 문제였어요.

# Chapter 2. 건강하게 지속 가능한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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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g를 운영하면서 끊임없이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고과라도 보장해 줘야 하지 않나요? 인센티브를 줘야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나요?"

앨리의 답은 일관됩니다. "인센티브에 기반한 변화는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대신 52g가 설계한 건 플라이휠(Flywheel)입니다. **교육에 참여한다 → 문제를 말하는 법을 배운다 → 프로젝트에서 그 문제를 해결한다 → 작은 성공 경험이 쌓인다 → 더 큰 문제를 말하게 된다.** 이 사이클이 자발적으로 한 번 돌면, 그때부터 지속 가능한 구조가 시작됩니다.

이 사이클을 각 계열사에서 실제로 돌리는 사람들을 **'크루'**라고 부릅니다. 지금은 25개 계열사에 전담 인원만 약 100명입니다. 계열사의 크루 80명, 지주사 산하 52g 스튜디오 소속 20명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크루를 선발할 때 AI를 잘 다루는지는 거의 안 봅니다. 대신 두 가지를 봅니다.

> "그런 건 금방 배워요. 오히려 사회적 자본*이 없으면 훨씬 어려워요. 변화를 이끄는 사람이 그 조직 동료들한테 신뢰받는 사람이어야 해요."

> 사회적 자본: 조직 내에서 쌓아온 관계의 신뢰와 영향력. 직책이나 연차와 다르다. '저 사람이 뭔가를 해보자고 하면 한번 믿어볼 수 있다'는 동료들의 인식이 바탕이 되어야 변화가 따라온다.

**도메인 지식**(최소 5년의 현장 경험)과 **동료 관계**. 기술은 가르칠 수 있지만, 신뢰는 가르칠 수 없다는 거예요.

그리고 52g가 가장 집요하게 훈련하는 건 단 하나입니다. "**문제를 정의하는 법.**" 좋은 문제의 기준은 세 가지인데요. 데이터로 실체가 증명되는지(Real), 비즈니스 가치가 있는지(Valuable), 해결하고 싶은 문제인지(Inspiring). 이 셋을 통과해야 '불만'이 의미 있는 '문제'가 됩니다.

> "예를 들어 '편의점 운영이 이상해요'는 단순 불만이에요. 그 불만을 데이터로 뒷받침하고,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범위로 좁혀야 '문제'가 됩니다."

구조는 갖춰졌습니다. 그런데 조직이 커지면서, 아무도 예상 못 한 균열이 생겼습니다.

# Chapter 3. 자발성이 독이 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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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발성, 존중해주면 되는 거 아닌가요?"

가장 위험한 함정입니다.

52g 인원이 15명에서 30명대로 늘어난 2022년 즈음, 조직 안에 작은 균열이 생겼습니다. "자발적으로 참여했으면 됐지, 실패해도 괜찮다"는 나이브함이 퍼지고 있었습니다.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기보다는, 좋은 게 좋은 거 식으로 흘러가기 시작했어요.

> "좋은 공간이 있고 자율적인 분위기만 있으면 뭔가 된다는 건 말이 안 돼요. 거기서 그냥 재미있게 꺄르르 놀 수는 있겠죠."

52g는 그 시점에 전 구성원이 서로를 인터뷰했습니다. "52g답게 일한 적이 언제였나. 그렇지 못했을 때는 언제였나." 한 달짜리 워크샵 끝에 새로운 핵심 가치가 나왔습니다.

**'믿을 수 있는 탁월함.'**

> "1등이 이기는 성과주의가 아니에요. 내가 일을 넘겼을 때 저 사람이 기대 수준만큼 해줄 거라는 믿음. 그게 없으면 자발적 협업 자체가 불가능해요."

그리고 동시에 앨리가 가장 솔직하게 털어놓은 두려움은 이쪽이었습니다.

> "어느 시점에 돌아봤더니, 누구도 시키는 사람이 없는 거예요. 대부분의 결정을 저를 포함한 저희 팀이 다 결정하고 있더라고요. 그게 두렵게 느껴지는 거죠. 이 100명의 커리어가 다 걸려 있으니까."

자발적으로 일하는 조직을 만들겠다고 시작했는데, 그 자발성 때문에 스스로가 가장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된 역설. 그 어려움을 버텨낸 자리에서, 다음 도전이 시작됐습니다.

# Chapter 4. 비개발자가 만든 서비스가 120개 기업으로 퍼진 방법

2023년 초,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 대표와 밥을 먹다 들은 말이 전환점이 됐습니다.

"개발자 한 명이 퇴사했는데, 충원 안 하려고요. ChatGPT 있으면 개발자 한 명은 없어도 되겠더라고."

순간, 앨리의 머릿속에 경보가 울렸습니다. 52g가 제일 잘하는 것 "빠르게 프로토타입해서 현장 문제를 검증하는 것" 이게 AI로 대체될 수 있다는 거. 그런데 뒤집어 보면 이렇게도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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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우리를 대체할 수 있다면, 지금 우리 일을 증강할 수도 있다."

당시 52g의 가장 큰 병목은 개발자 수였습니다. 현장에서 문제는 계속 나오는데, 개발자는 부족하고 웨이팅 리스트는 쌓여만 갔어요. 목표는 하나였습니다. 개발자 없이 현장 구성원이 직접 문제를 풀 수 있는 환경.

그렇게 나온 게 MISO 플랫폼*입니다.

> MISO: 52g가 자체 개발한 AI 기반 업무 도구 플랫폼. 코딩 없이도 현장 직원이 자신의 도메인 데이터를 연결해 챗봇, 문서 생성기, 분석 도구 등을 직접 만들 수 있다. 현재 약 20개 계열사, 4~5,000명이 사용 중이다.

MISO가 나왔다고 해서 현장이 바로 달라지진 않았습니다. 도구가 생겼다고 사람들이 알아서 쓰진 않으니까요. 52g는 현장 구성원이 직접 써볼 수 있도록 교육을 설계하고, 각 계열사 크루들이 직접 전파에 나섰어요. 그리고 매년 GS그룹 전사 해커톤에서 MISO를 핵심 도구로 활용하며 실제 문제 해결 경험을 쌓아갔습니다.

그 가능성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건 **2024년 GS그룹 해커톤**이었습니다.

GS파워 안전팀 구성원들이 스스로 발제했습니다. "AI로 작업 위험성을 평가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습니다." 개발자가 아닌 안전팀 실무자들이 MISO로 직접 만들었어요. 이 서비스('AIR')는 2025년 한 해 GS파워 현장에서 실사용됐고, 2026년 초 고용노동부 표창까지 받았습니다. 그 직후 일부 100인 이하 중소 사업장에 무상 제공했더니, 3~4주 만에 120개 기업이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한 중견기업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유상으로 구축해 달라"고요. 1~2억 단위 제안이었어요.

"우리가 만들었으니 다른 분들도 만들 수 있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MISO 드릴 테니 직접 만들어 보시라 했죠."

SI 비용의 4분의 1 수준. 더 중요한 건, 외주에 의존하지 않고 현업이 직접 만들고 유지하는 조직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 Chapter 5. 진짜 변화는 아무것도 안 했을 때 일어났다

GS파워만이 아니었습니다. 비슷한 변화가 다른 계열사에서도 일어났어요.

GS칼텍스 에너지플러스 앱은 원래 모든 IT를 외주에 맡기던 조직이었습니다. 52g와 2~3년을 함께 하면서, 앱 평점이 1점대에서 4점 중반대로 올랐습니다. 그런데 앨리가 더 반가웠던 건 숫자가 아니라 눈에 보이는 태도의 변화였습니다.

오히려 진짜 변화를 확인한 건 52g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순간이었어요.

처음에는 늘 52g가 먼저 들어가야 했습니다. 문제를 같이 정의하고, 실험을 설계하고, 기술을 붙여줘야 비로소 조직이 움직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달라졌어요. 예전에 함께 프로젝트를 했던 조직들이 비슷한 문제를 만나면 — 이번엔 52g에 연락하기 전에 스스로 먼저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문제를 정의하고, 작은 형태로 실험하고, 필요한 도구를 직접 연결하기 시작한 거예요.

가장 선명하게 느낀 건 언어의 변화였습니다. 새로운 기능이 필요하면 "외주 줄까요, 개발자 구할까요"가 먼저 나오던 사람들이, 어느 날부터 "제가 직접 만들어보고 있어요"라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조직은 52g에 요청하기 전에 내부에서 먼저 작은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와서 보여주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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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진짜 내재화됐구나' 싶었어요. 저희가 직접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비슷한 방식의 변화가 다른 조직에서 자연스럽게 반복되고 있을 때. 그런 순간들이 가장 반가웠습니다."

# Chapter 6. 문제를 발견한 사람이 직접 고칠 수 있을 때

구체적인 숫자로 성과가 확인됐지만, 정작 앨리와 52g 크루들이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숫자 때문이 아닙니다.

여기서 궁금해졌어요. 5년 뒤, 현장 구성원이 문제를 푸는 방식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요?

앨리는 5년 뒤를 이렇게 봅니다. 지금은 문제를 발견해도 IT 부서나 외부 개발사에 요청하고 기다리는 구조지만, 앞으로는 현업이 직접 작은 도구를 만들고 바로 실험해보는 일이 훨씬 흔해질 거라고요. 기술의 발전보다 **그 기술을 대하는 감각의 변화**가 핵심이라는 겁니다.

> "결국 경쟁력은 좋은 시스템을 가진 회사보다, 작은 변화가 매일 일어나는 회사가 갖게 될 거예요."

그 감각을 다른 조직에도 이식할 수 있을까요? "AI 도입해야 한다"는 압박은 받는데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회사들이 많으니까요.

앨리의 답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우리 회사에서 가장 자주 반복되는데 가장 오랫동안 방치된 불편이 무엇인가, 거기서 시작하세요."

AI를 어디에 붙일지부터 고민하는 회사가 많습니다. 그런데 답은 현장 안에 이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사람들이 매일 반복적으로 시간을 쓰는 일, 설명을 여러 번 해야 하는 일. 그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면 기술은 의외로 단순하게 붙습니다. 반대로 문제 정의 없이 시작하면, AI가 있어도 보여주기용 파일럿으로 끝납니다.

그리고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걸 진짜 해보고 싶어 하는 사람을 찾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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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을 한 번에 바꾸려고 하기보다, 자기 문제를 직접 풀어보고 싶어 하는 구성원을 먼저 발견하고, 그 사람이 작은 성공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훨씬 중요해요. 그런 경험이 주변에 퍼질 때 조직은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이거든요."

전통 기업들이 여러 번의 시도에도 변화에 실패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기술 부족이 아니라, 구조적 단절입니다. 외부 파트너와 시스템을 구축하고 끝내는 방식으로는, 구축이 완료되는 순간 프로젝트도 함께 끝납니다. 현장에서 작은 불편이 생겼을 때 바로 고치지 못하고, 결국 사용이 줄어드는 패턴이 반복되는 거예요. 조직 안에 직접 만들고 수정할 수 있는 역량이 남아 있어야 합니다.

52g가 운영하는 커뮤니티 안에는 GS 계열사뿐 아니라 외부 기업의 변화관리자들도 함께 모여 있습니다. 한 달에 두 번씩 모여 각자의 프로젝트를 공유하고 토론합니다. 어떤 도구를 썼는지보다, 왜 그 문제가 중요했는지, 어디서 막혔는지, 다음에는 무엇을 바꿔볼지를 함께 이야기합니다.

> "어떤 기술을 배웠냐보다, 먼저 해본 사람들과 연결되고 작은 성공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조직의 분위기를 바꿔요."

52g가 다음으로 향하는 곳도 같습니다. GS그룹 안에서 쌓아온 6년의 노하우를 더 많은 조직이 쓸 수 있게 만드는 것. 비슷한 고민을 하는 기업들이 서로의 시행착오를 공유하고, 작은 성공을 빠르게 확산시키는 구조. 이것이 다음 목표입니다.

### 🖊️ **Editor's Note**

앨리에게 마지막으로 물었습니다. 6년 동안 이 일을 계속한 이유가 뭐냐고.

"처음에는 이렇게 오래 하게 될 줄 몰랐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 문제를 말하지 않던 사람이 어느 날 먼저 이야기하고, 직접 해결하고, 조직을 바꾸는 모습을 봐요. 누군가가 '회사에서 내가 바꿀 수 있는 게 있구나'라고 느끼는 순간, 그 사람의 일하는 태도 자체가 달라지거든요."

자기 자리에서 성장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오래 다니고 싶고 계속 도전할 수 있는 회사. 앨리는 그런 사람들을 6년 동안 만나왔고, 그런 회사를 만드는 것이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든 이유라고 했습니다.

GS그룹 25개 계열사, 약 100명의 52g 전담 인원, 52g의 프로그램을 거쳐 간 구성원 누적 1만 명. 숫자만 보면 성장 스토리처럼 읽힙니다. 그런데 대화하면서 인상적이었던 건 다른 지점이었어요. 이 조직이 6년 동안 실제로 훈련한 건 기술이 아니라 딱 하나였습니다. **현장의 문제를 말하는 법**

지금 여러분의 조직에서는 현장의 문제가 들리고 있나요?

들리지 않는다면 — 그건 기술의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_—_ [Hanna](https://www.linkedin.com/in/%25ED%2595%259C%25EB%2582%2598-%25EC%259C%25A0-565706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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