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본 DX의 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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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min readDec 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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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tal Transformation(이하, DX)에 대한 저의 견해를 정리해 보려고 하니 막상 “DX Project”라고 불릴만한 과제를 직접 수행한 경험이 없었습니다. 그나마 제 삶 속에서 “DX틱”한 경험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보니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사진입니다. 어린 시절 흑백 사진을 시작으로 내 손안의 카메라 스마트폰으로 찍어내는 고화질 디지털 사진까지, 제 삶에서 가장 Analog적인 것에서 가장 Digital적인 것으로, 말 그대로 “환골탈태”한 DX가 바로 사진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 세대의 문화적 축복이라면 바로 Analog 세상에 태어나 Digital 기술을 만나고 평생 그 변화 속에서 살아가는 “축복”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글을 통해 사진과 관련된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바라본 DX에 대한 의견과 지난 8–9월 진행된 52g Catalyst 3기(팀장 과정)을 통해 새롭게 배운 점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인생 카메라_CANON EOS10D (2003년 발매된 CANON사의 세 번째 준전문가용 DSLR 카메라)

시골(?) 농촌 마을에서 자라다 보니 카메라 같은 귀한 물건은 구경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카메라 있는 집은 많지 않아도 어느 집에나 흑백 사진들이 참 많았고 저희 집에도 카메라는 없었지만 신기하게(?) 사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 사진을 보는 것은 큰 즐거움 중 하나였습니다. 그렇게 사진과 카메라에 대한 동경만 갖고 있던 고등학교 때 사촌형이 일제 소형 자동 필름카메라를 물려준 것이 제 인생 첫 카메라가 되었습니다. 그 카메라는 일반 자동카메라와 달리 카메라 필름의 ½ 사이즈의 수화기 모양의 소형 카드리지 필름을 사용하는 방식이어서 휴대하기 편하기는 했으나, 늘 필름 구하기가 어려웠고 그래서 인지 그 카메라로 많은 것을 했던 기억은 없습니다. 평생 구경도 못해본 분들도 많을 듯 싶습니다.

캐논 EOS 10D (위키백과)

그로부터 시간이 한참 흘러 회사에 입사하고 몇 년이 지난 2003년 특별한 계기로 갑작스레 CANON EOS10D를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당시는 디지털 카메라 전성시대가 막 시작되는 시기로 주요 카메라 제조사들이 일반인이 접근 가능한 수준의 준전문가용 DSLR 카메라들(CANON EOS10D, Nikon D100, Olympus E-1 등)을 다수 발매하던 시기로 주변에서도 한두 명 씩 이 비싼 취미에 뛰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사진이나 Digital 방식의 SLR(Single Lens Reflex, 일안 반사식 카메라) 방식 카메라나 렌즈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 작동법도 몰랐습니다. 그래도 다른 전자제품 처럼 매뉴얼 3독이면 일단 뭐든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함께 찍사 인생을 시작하였습니다.

- 디지털의 쓸모 -

#1 혼자서도 할 수 있어요 (무제한 Prototype/실시간 Feedback)

디지털 카메라의 장점은 무엇보다 필름 걱정 없이 무한정 사진을 찍어 볼 수 있다는 점과 모든 결과물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기능이 전문 사진사에게는 단순한 편리함 이겠지만, 저와 같은 SLR초보 찍사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교실”은 없었습니다. 매뉴얼에 따라 작동법을 바꿔가면서 다양한 Prototype의 사진을 찍고 바로 결과를 확인하면서 각각의 기능의 차이를 확인하면서 사용법을 익혀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전까지는 일반 SLR카메라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사전에 사진과 카메라 작동법을 충분히 학습하고 오랜 기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조금씩 실력을 쌓아 갈 수 있습니다. 그것도 매번 필름의 종류, 감도, 렌즈 화각, 조리개 값, 셔터스피드, 노출 정도 등 촬영 순서대로 메모를 잘 해두어야 나중에 사진 결과물과 설정값을 비교해 가면서 그 차이를 배워 나갈 수 있습니다. 또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다보면 필름 아끼느라 몇 달에 걸쳐 촬영을 하고 찰나의 실수(뜨아! 필름을 안감고 카메라를 열었네ㅠㅠ)로 찬란한 태양빛에 모든 꿈들이 하얗게 날아가 버리기도 합니다. 그런 실수가 없어도 필름 현상소에 가서 필름 인화하기까지는 한참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디지털 카메라는 반응이 느린 10D 기준으로도 촬영 후 2~3초(오랜 기억으로 추정) 후면 디스플레이 창을 통해 결과물 확인이 가능하니 학습의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 할 수 있었습니다.

#2넘쳐나는 디지털 도서관

인터넷의 발달은 모바일로 그리고 이제는 메타버스 세상으로 공간을 초월하여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런 새로운 세상에는 없는 것이 없습니다. 예전의 사진을 배우는 과정은 전문 교육기관에서 기본적인 이론 교육을 받고 실내에서 다양한 테스트 촬영을 하고 기본기를 쌓은 후 전문가와 그룹을 이루어 현장 촬영을 통해 배우고 경험하는 다양한 ‘출사’를 나가는 과정을 겪습니다. 자동차 면허를 따고 도로 연수를 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실제 배움의 많은 부분을 현장에서 배웠습니다. 이제는 다양한 Blog, Cafe, 유튜브 등 On-line 매체를 통해 다양한 자료와 경험을 얻을 수 있습니다. On-line 곳곳에 올라온 좋은 사진과 사진 정보들이 넘치기에 손만 뻗으면 다양한 사진 촬영 관련 소스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출사를 가지 않아도 사진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엄청나게 확장되었습니다.

#3휴대성

기술이 발달하면서 Hardware적으로도 기존 대형 장비로만 가능하던 일들이 기술이 집적되면서 작은 공간에도 뛰어난 기능과 장치를 담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카메라에 있어서도 휴대용 똑딱이 카메라(소형 휴대용 자동 카메라)가 고성능 카메라의 기능을 대신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휴대폰이 그 자리마저 대체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제가 사용하던 DSLR카메라의 경우 촬영 가는 날이면 카메라 바디에 최소한 렌즈 2~3개(광각, 표준, 망원 등)와 스트로보(후라시)를 가지고 다녔으니 4~5kg의 짐을 짊어지고 다녀야 했습니다. 사용하는 기종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금액으로 환산하면 최소 오토바이 한대 또는 소형차를 어깨에 짊어지고 다는 것이라 신경이 쓰이는 일이었습니다. 이제는 제 핸드폰 아이폰12pro 기준 약 0.2kg이면 언제 어디에서나 훌륭한 사진을 찍어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론_뭐시 중헌디?

Analog 세상에서 Digital로의 전환은 제가 이전에 경험할 수 없거나 쉽게 도전할 수 없는 “세계” 를 경험할 수 있게 해주었고 학습 기간도 혁신적으로 단축해 주었습니다. 또 Analog 기술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결과물”들을 만들어 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Digital 세상은 참으로 편하고 좋은 세상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DX로의 전환이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모든 것이 Digital로 변화되어져 가면서 업이 IT와 관계 없는 저로서는 왠지 시대에 뒤처져 가는 기분이 들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름 Digital-literate은 되려고 DX 강의도 찾아보고, 파이썬 인터넷 강의도 들어보며 새로운 세상을 따라가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새로운 DX에 대한 배움을 기대하며 지난 8월-9월에 진행된 52g Catalyst 3기(팀장)과정에 뛰어 들었습니다. “업계” 최고 강사진과 잘 짜여진 프로그램, 이틀간 진행된 해커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것을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52g Catalyst 과정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단순히 Digital 기술을 배우고 단순히 업무에 Digital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일의 본질 (예,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지? 고객은 무엇을 원하는지? 우리가 제안하는 사업의 목적은 무엇인지? 등)을 정확히 깨닫고 실행하는 단계에서 다양한 Digital 기술을 활용하여 좀 더 효율적 효과적으로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DX로 대표되는 Innovation은 “IT쟁이”들만의 향유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 각자의 업무에서 우리의 “업”을 다시 Define 해보고, 일하는 방식이나 사업의 구조를 새롭게 Design 해보고 보다 높은 성과를 창출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Develop해 나가는 것입니다. AI가 아니어도 Block Chain이아니어도 우리들의 DX (D-efine, D-esign, D-evelop 등)를 통해 새로운 Innovation을 충분히 지속해 나갈 수 있습니다.

멋진 사진은 좋은 카메라가 있어야 찍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물을 바라보는 멋진 시각이 있을 때, 사물의 본질과 특성을 이해할 때 감동을 주는 멋진 사진을 담아 낼 수 있습니다. 예전의 저와 같이 장비 탓하지 마시고 자신의 시선을 넓히고 생각의 깊이와 폭을 넓혀서 내 손에 무슨 카메라가 있던, 무슨 컴퓨터를 쓰든, 무슨 기계와 장비를 작동하던 사고의 수준을 더욱 넓혀 멋진 작품을 만들어 봅시다!

※ 이 글은 52g 카탈리스트 3기 이신욱 팀장님의 DX에 대한 진솔한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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